1단계: 뇌 가소성 약화 → 기억 형성의 실패 (벽돌 제작의 실패)
우리의 뇌가 새로운 정보를 배우고 기억하는 것은 새로운 신경 회로를 만들거나 기존 회로의 연결(시냅스)을 강화하는 과정입니다. 이것이 바로 뇌 가소성의 핵심 역할입니다.
- 정상적인 뇌 가소성: 새로운 경험(학습)이 들어오면, 뇌는 관련 신경세포들을 연결하고 그 길을 단단하게 다져 '기억'이라는 길을 만듭니다.
- 약화된 뇌 가소성: 이 기능이 저하되면, 새로운 정보를 받아도 신경세포 간의 연결이 잘 이루어지지 않거나 금방 약해집니다. 마치 젖은 흙으로 벽돌을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모양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거나, 만들어져도 금방 부서져 버리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최근에 있었던 일을 자꾸 잊어버리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기 어려워지는' 기억 형성의 어려움으로 나타나는 첫 번째 증상입니다.
2단계: 기억 형성 실패 → 인지 기능 저하 (부실공사의 시작)
기억은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능력이 아닙니다. 모든 고등 인지 기능의 바탕이 되는 핵심 재료입니다. 앞서 말한 '기억'이라는 벽돌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이 벽돌을 사용해야 하는 모든 정신 활동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 판단력 및 문제 해결 능력 저하: 우리는 과거의 경험(기억)을 바탕으로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문제를 해결합니다.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지 못하면,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최적의 해결책을 찾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 예시: "가스 불 끄는 것을 자꾸 잊어버린다(기억 형성 실패)" → "음식을 태우는 일이 잦아진다(문제 해결 능력 저하)."
- 실행 기능(계획 및 수행) 저하: 여러 단계로 이루어진 복잡한 일을 계획하고 순서대로 처리하려면, 각 단계를 기억하고 다음 할 일을 인지해야 합니다. 기억력이 약해지면 순서를 잊거나 중간에 무엇을 하려 했는지 놓치게 되어 복잡한 업무 수행이 불가능해집니다.
- 예시: "은행 업무 순서를 기억하기 어렵다(기억 형성 실패)" → "ATM기 앞에서 한참을 헤매거나 결국 업무를 보지 못한다(실행 기능 저하)."
- 언어 및 이해력 저하: 대화를 하거나 글을 읽을 때, 우리는 방금 들었거나 읽은 내용을 단기 기억에 저장한 채로 다음 내용을 이해합니다. 이 기억의 고리가 끊어지면 대화의 맥락을 놓치거나 글의 전체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워집니다.
- 예시: "상대방이 한 말을 금방 잊는다(기억 형성 실패)" → "대화가 겉돌고 동문서답을 하게 된다(언어/이해력 저하)."
결론: 기억은 인지 기능의 '주춧돌'
뇌 가소성 약화에 따른 기억 형성의 어려움과 인지 기능 저하의 관계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뇌 가소성 약화는 기억이라는 '주춧돌'을 만드는 능력을 앗아갑니다. 주춧돌이 부실하니, 그 위에 세워진 판단력, 실행 능력, 이해력 등 인지 기능이라는 건물 전체가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억력 감퇴는 단순히 하나의 증상이 아니라, 뇌의 전반적인 기능 저하를 알리는 매우 중요한 초기 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둘은 뗄 수 없는 원인과 결과의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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