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 ZKP)을 공부하다 보면 '타원곡선 페어링(Elliptic Curve Pairing)'이라는 개념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페어링은 타원곡선이라는 '덧셈의 세계'와 또 다른 '곱셈의 세계'를 연결하는 마법 같은 다리 역할 을 합니다. 타원곡선 암호는 덧셈 연산에 기반하는데, 많은 영지식 증명은 '곱셈 관계'의 검증을 필요로 합니다. 페어링은 바로 이 간극을 메워, 덧셈의 세계에 있는 값들을 이용해 곱셈 관계가 성립하는지를 검증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 덕분에 zk-SNARKs와 같은 고급 암호화 프로토콜이 가능해집니다. 이 글에서는 타원곡선 페어링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영지식 증명에 사용되는지 쉽게 풀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1. 페어링이란 무엇인가요? (기본 개념) 페어링은 간단히 말해, 특정 수학적 구조(타원곡선 위의 점들의 그룹)에 있는 두 개의 원소를 입력으로 받아, 다른 수학적 구조(곱셈 순환 그룹)에 있는 하나의 원소로 매핑(mapping)하는 함수입니다. 이 함수를 e 라고 표현한다면,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습니다. e(P, Q) -> n 여기서 P는 그룹 $G_1$의 원소(타원곡선 위의 점), Q는 그룹 $G_2$의 원소(또 다른 타원곡선 위의 점)이며, 페어링 함수 e 는 이 둘을 곱셈 연산이 정의된 대상 그룹 $G_T$의 원소 n으로 변환합니다. 즉, 두 개의 타원곡선 위 점을 입력받아 곱셈 세계의 원소 하나를 출력하는 함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함수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쌍선형성(Bilinearity)'이라는 독특한 성질 때문입니다. 2. 페어링의 핵심 성질: 쌍선형성(Bilinearity) 쌍선형성은 페어링을 암호학적으로 유용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특징입니다. 수식으로 표현하면 조금 복잡해 보이지만, 그 의미는 생각보다 직관적입니다. e(aP, bQ) = e(P, Q)^(ab) 이 수식이 의미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