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산술에서 덧셈은 단순히 수를 합하는 과정이지만, 수학이 발전하면서 이 '더한다'는 행위의 본질적인 속성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 속성을 숫자뿐만 아니라 벡터, 행렬, 함수 등 다른 대상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탐구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탐구의 결과로, 현대 수학에서는 덧셈을 훨씬 더 추상적이고 강력한 개념으로 정의합니다. 덧셈의 수학적 정의는 크게 두 단계로 일반화됩니다. 첫 번째는 페아노 공리계를 이용한 자연수의 덧셈 정의이며, 두 번째는 이를 추상대수학의 구조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1. 페아노 공리를 이용한 자연수의 덧셈 정의
가장 근본적인 수 체계인 자연수(N=0,1,2,...)에서 덧셈은 다음의 두 가지 규칙으로 재귀적으로 정의됩니다. 이는 주세페 페아노가 제시한 공리계에 기반합니다.
여기서 S(n)은 n의 '다음 수(successor)'를 의미합니다 (직관적으로 n+1과 같습니다).
- 정의 1 (항등원): 모든 자연수 m에 대하여,
- m+0=m
- (어떤 수에 0을 더하면 자기 자신이 나옵니다.)
- 정의 2 (재귀적 정의): 모든 자연수 m, n에 대하여,
- m+S(n)=S(m+n)
- (m에 n의 다음 수를 더한 결과는, m과 n을 더한 결과의 다음 수와 같습니다.)
예를 들어, 3+2를 이 정의로 계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2=S(1), 1=S(0) 이므로, 3+2=3+S(1)=S(3+1)=S(3+S(0))=S(S(3+0))=S(S(3))=S(4)=5
이처럼 자연수의 덧셈은 '다음 수'라는 기본적인 개념만으로 엄밀하게 정의될 수 있습니다.
2. 추상대수학에서의 일반화: 아벨 군 (Abelian Group)
추상대수학에서 '덧셈'이라는 용어는 특정 성질을 만족하는 모든 이항 연산(binary operation)을 가리키는 일반적인 이름으로 사용됩니다. 어떤 집합 G와 그 집합의 두 원소를 받아 다시 그 집합의 원소 하나를 내놓는 연산 '+'가 주어졌을 때, 이 연산이 다음 5가지 공리(Axiom)를 만족하면 (G, +)를 아벨 군(Abelian Group, 가환군)이라 부르며, 이때의 연산 '+'를 덧셈이라고 합니다.
- 닫힘 (Closure)
- 집합 G에 속하는 임의의 원소 a, b에 대해, a+b의 결과도 항상 집합 G에 속합니다.
- ∀a,b∈G, a+b∈G
- 결합 법칙 (Associativity)
- 세 원소를 더할 때, 어떤 두 원소를 먼저 더해도 결과는 같습니다.
- ∀a,b,c∈G, (a+b)+c=a+(b+c)
- 항등원 존재 (Identity Element)
- 집합 G 내에 '항등원' 0이 존재하여, 임의의 원소 a에 더해도 a 자신이 됩니다. (즉, 더해도 아무런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중립적인' 원소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 ∃0∈G s.t. ∀a∈G, a+0=0+a=a
- 역원 존재 (Inverse Element)
- 모든 원소 a에 대해, 그에 대응하는 '역원' −a가 존재하여 둘을 더하면 항등원 0이 됩니다.
- ∀a∈G, ∃−a∈G s.t. a+(−a)=(−a)+a=0
- 교환 법칙 (Commutativity)
- 더하는 순서를 바꾸어도 결과는 같습니다.
- ∀a,b∈G, a+b=b+a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우리가 아는 수의 덧셈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학적 대상에 대한 연산도 '덧셈'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정수의 덧셈: $(Z,+)$
- 벡터의 덧셈: $(V, +)$
- 행렬의 덧셈: $(M_{m×n}, +)$
- 연속 함수의 덧셈: $(C(R), +)$
결론
현대 수학에서 덧셈이란, 단순히 숫자를 더하는 행위를 넘어선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페아노 공리를 통해 자연수에서의 덧셈을 엄밀하게 정의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그 핵심 성질들을 뽑아내 '아벨 군'이라는 구조로 일반화함으로써, 우리는 덧셈이라는 연산을 전혀 다른 세계(벡터, 함수 등)에도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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