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CS 제약 조건의 발견과 활용: 역사적 과정
R1CS(Rank-1 Constraint System)는 영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 특히 zk-SNARKs의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수학적 개념입니다. R1CS는 복잡한 계산을 단순한 2차 방정식 형태로 변환하여, 증명 생성과 검증을 효율적으로 만듭니다. 그 역사적 과정은 암호학 및 컴퓨터 과학의 발전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초기 아이디어와 이론적 기반 (1980년대 후반 - 2000년대 초반)
R1CS의 직접적인 등장은 비교적 최근이지만, 그 기반이 되는 아이디어는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대화형 증명 시스템(Interactive Proof Systems)과 PCP 정리(Probabilistically Checkable Proofs Theorem)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 대화형 증명 시스템: 1985년 골드와서, 미칼리, 라코프가 제안한 이 시스템은 증명자(Prover)와 검증자(Verifier)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어떤 주장의 진위를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영지식 증명의 개념을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PCP 정리: 1990년대 초에 증명된 이 정리는, 어떤 긴 증명이라도 무작위로 몇 개의 비트만 확인하면 높은 확률로 그 증명의 정당성을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계산 과정을 간결하게 "확인"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고, 이후 비대화형 증명 시스템 개발의 이론적 토대가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계산 과정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검증 가능한 형태로 변환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습니다. 복잡한 계산을 산술 회로(Arithmetic Circuit)로 표현하고, 이 회로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방식이 주로 연구되었습니다.
zk-SNARKs의 등장과 R1CS의 구체화 (2010년대 초반)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비대화형(non-interactive)이면서도 증명의 크기가 매우 작은 zk-SNARKs(Zero-Knowledge Succinct Non-Interactive Argument of Knowledge)가 등장하며 R1CS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zk-SNARKs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임의의 계산 문제를 특정한 수학적 형식으로 변환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R1CS가 핵심적인 중간 표현(intermediate representation) 방식으로 채택되었습니다.
- 계산 문제의 산술 회로 변환: 먼저, 증명하고자 하는 복잡한 계산(예: 해시 함수 실행, 디지털 서명 검증)을 덧셈과 곱셈 게이트로 구성된 산술 회로로 변환합니다.
- 산술 회로의 R1CS 변환: 그 다음, 이 산술 회로의 각 게이트를 s1 * s2 - s3 = 0 형태의 2차 방정식 제약 조건으로 변환합니다. 이것이 바로 R1CS입니다. R1CS는 3개의 벡터 (a, b, c)로 표현되며, s라는 해답 벡터에 대해 s · a * s · b - s · c = 0 이라는 등식을 만족해야 합니다. 여기서 '·'는 내적(dot product)을 의미합니다. 이 변환을 통해 아무리 복잡한 계산이라도 수많은 2차 방정식 제약 조건의 집합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 R1CS의 다항식 변환: 마지막으로, QAP(Quadratic Arithmetic Program)라는 과정을 통해 R1CS 제약 조건들을 다항식의 문제로 변환합니다. 이는 zk-SNARKs가 타원 곡선 암호와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간결하고 효율적인 증명을 생성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R1CS의 활용과 발전 (2010년대 중반 - 현재)
R1CS의 발견과 활용은 영지식 증명 기술의 대중화를 이끌었습니다.
- 암호화폐와 프라이버시: Zcash는 R1CS와 zk-SNARKs를 활용하여 거래의 익명성을 보장한 최초의 암호화폐입니다.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보냈는지 공개하지 않고도 거래의 정당성을 증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블록체인 확장성: 이더리움을 비롯한 많은 블록체인 플랫폼들은 롤업(Rollup)과 같은 확장성 솔루션에 zk-SNARKs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거래를 오프체인에서 실행한 후, 그 계산이 올바르게 수행되었다는 단 하나의 간결한 증명(R1CS 기반)만을 온체인에 제출하여 블록체인의 부하를 획기적으로 줄입니다.
- 개발 도구의 발전: 초기에는 R1CS 제약 조건을 직접 만드는 것이 매우 복잡하고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Circom, ZoKrates, Cairo와 같은 고급 언어와 컴파일러가 개발되면서, 개발자들은 복잡한 수학적 지식 없이도 고수준의 코드를 작성하여 R1CS 제약 조건을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영지식 증명 기술의 생태계를 크게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R1CS는 복잡한 계산을 암호학적으로 증명 가능한 단순한 형태로 변환하는 '번역기' 역할을 하며 영지식 증명 기술의 실용화를 이끈 핵심적인 발견입니다. 이론적 가능성에 머물렀던 영지식 증명을 현실 세계의 프라이버시 보호, 확장성 문제 해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든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R1CS 용어 설명
"Rank-1 Constraint System"이라는 용어는 제약 조건을 표현하는 데 사용되는 행렬의 수학적 속성인 '계수(Rank)가 1'이라는 점에서 직접적으로 유래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용어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Constraint System (제약 조건 시스템)
영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에서 어떤 계산을 증명하려면, 해당 계산 과정을 일련의 수학적인 제약 조건들로 변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c = a * b 라는 간단한 곱셈 계산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제약 조건이 됩니다. 복잡한 프로그램은 수많은 기본 제약 조건들의 집합, 즉 '제약 조건 시스템'으로 표현됩니다.
2. Rank-1 (계수 1)
R1CS의 핵심은 각 제약 조건을 s · a * s · b - s · c = 0 이라는 특별한 형태로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 s: 증명 벡터(witness)로, 계산에 사용되는 모든 변수(입력, 중간값, 출력)를 포함하는 벡터입니다.
- a, b, c: 각 제약 조건을 정의하는 계수 벡터입니다.
- ·: 두 벡터의 내적(dot product)을 의미합니다.
이 식을 행렬 형태로 다시 보면, 각 제약 조건은 xᵀQx = 0 형태의 이차 방정식으로 일반화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x는 변수 벡터이고, Q는 계수 행렬입니다.
R1CS의 s · a * s · b - s · c = 0 형태는 이 일반적인 이차 방정식에서 계수 행렬 Q가 두 벡터의 외적(outer product)으로 표현될 수 있는 특별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즉, Q = a * bᵀ 와 같은 형태가 됩니다.
선형대수학에서, 0이 아닌 두 벡터의 외적으로 만들어진 행렬의 계수(rank)는 항상 1입니다.
"Rank-1 Constraint System"이라는 이름은 계산을 구성하는 각각의 기본 제약 조건이 수학적으로 '계수가 1인 행렬'로 표현될 수 있는 형태를 띠기 때문에 붙여졌습니다.
이러한 '계수 1' 형태는 zk-SNARKs와 같은 암호학적 증명 시스템이 타원 곡선 페어링과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복잡한 계산을 단순하고 균일한 '계수 1' 제약 조건들로 분해함으로써, 전체 계산의 정당성을 간결하게 증명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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