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신경세포는 한번 만들어지면 평생 교체되지 않는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피부 세포처럼 며칠 만에 바뀌지도, 뼈세포처럼 몇 년에 걸쳐 서서히 리모델링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몸에는 아주 특별한 '평생 건물'들이 있습니다. 한번 지어지면 거의 교체되지 않고 평생을 함께하는 세포들이죠.
뇌의 신경세포 (뉴런): 우리 뇌의 핵심 일꾼들입니다. 대부분 태어날 때 함께한 세포들이 평생을 갑니다.
심장 근육세포: 쉼 없이 뛰는 심장을 구성하는 세포 역시 교체율이 아주 낮습니다.
눈의 수정체 세포: 세상을 보는 창문, 수정체의 세포도 한번 만들어지면 바뀌지 않아요.
뇌세포는 그대로인데, 어떻게 배우고 기억할까?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어제와 다른 생각을 하고, 성격까지 변하는 우리의 뇌. 뇌세포는 거의 바뀌지 않는데, 이 모든 변화는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비밀은 바로 '뇌의 놀라운 리모델링 능력', 즉 뇌 가소성(Neuroplasticity)에 있습니다. 뇌는 새로운 세포를 만드는 대신, 기존 세포들의 '연결망'을 바꾸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업데이트합니다. 마치 도시의 건물을 새로 짓는 대신, 건물 사이의 길을 넓히거나, 새로운 길을 내거나, 쓰지 않는 길을 없애는 것과 같죠.
이 놀라운 리모델링은 주로 세 가지 방식으로 일어납니다.
1. 연결 도로의 교통량 조절하기 (feat. 시냅스)
뇌세포들은 '시냅스'라는 연결 지점을 통해 서로 신호를 주고받습니다. 학습과 기억은 새로운 시냅스가 마구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시냅스라는 도로의 '교통 효율'을 조절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 자주 쓰는 길은 고속도로로! (장기 강화, LTP): 특정 길(시냅스)을 자주 사용하면, 뇌는 "아, 이 길은 중요하구나!"라고 판단하고 길을 넓고 튼튼하게 만듭니다. 덕분에 신호가 더 빠르고 강하게 전달되죠. 이것이 바로 기억이 형성되는 원리입니다.
⛔ 안 쓰는 길은 좁은 길로! (장기 억제, LTD): 반대로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는 길은 "이 길은 별로 필요 없네"라며 서서히 좁아집니다. 불필요한 정보를 잊게 해 뇌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돕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2. 길 자체를 튼튼하게 만들기 (구조적 변화)
뇌의 리모델링은 단순히 교통량 조절에서 그치지 않고, 도로의 물리적인 구조까지 바꿉니다.
연결 지점(수상돌기 가시) 리모델링: 뇌세포에는 신호를 받는 나뭇가지 모양의 '수상돌기'가 있고, 그 위에는 다른 세포와 연결되는 수많은 '연결 지점(가시)'이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면 이 연결 지점의 수가 늘어나거나, 크기가 커지거나, 모양이 더 튼튼하게 변합니다. 마치 중요한 교차로에 더 크고 튼튼한 다리를 놓는 것과 같죠.
3. 뇌의 유능한 '리모델링 지원팀' (신경교세포)
그런데 이 거대한 리모델링 공사를 뇌세포 혼자서 다 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아니겠죠. 바로 여기에 뇌의 숨은 조력자, '리모델링 지원팀(신경교세포)'이 등장합니다.
별아교세포 (현장 관리자): 별 모양의 이 세포는 도로(시냅스)를 만들고, 유지하고, 청소하는 과정을 직접 관리합니다. 교통정리(신경전달물질 농도 조절)를 하고, 낡은 시설물(시냅스)을 철거하며 뇌 기능의 핵심 조율자 역할을 합니다.
미세아교세포 (정원사): '뇌 속의 면역세포'로 불리는 이 세포들은 약해지거나 비효율적인 도로를 식별하고 '가지치기(pruning)'를 통해 없애버립니다. 이를 통해 전체 도로망을 최적화하여 뇌가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돕습니다.
[심화 학습] 시냅스, 두 뇌세포의 만남의 광장
시냅스는 어느 한 세포에 속한 것이 아니라, 두 뇌세포가 신호를 주고받기 위해 만나는 '접합부' 또는 '구조'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신호를 보내는 세포의 끝부분, 신호를 받는 세포의 표면, 그리고 그 사이의 미세한 틈까지 모두 포함하죠.
시냅스 강도는 어떻게 변할까요?
핵심은 신호를 받는 쪽에 있는 'AMPA 수용체'라는 '문(door)'의 개수에 있습니다.
시냅스 강화 (기억 형성): 학습을 통해 특정 시냅스로 강력한 신호가 계속 오면, 이는 스위치를 켜는 것과 같습니다. 이 스위치(NMDA 수용체)가 켜지면, 신호를 받는 세포는 더 많은 '문(AMPA 수용체)'을 표면에 설치합니다. 문이 많아지니 신호를 더 잘 받게 되고, 이것이 바로 시냅스가 강해지는 원리입니다. 동시에 늘어난 문을 지지하기 위해 연결 지점(수상돌기 가시)의 크기도 실제로 커집니다.
시냅스 약화 (망각): 반대로 신호가 약해지면, 세포는 '문'의 개수를 줄이고 연결 지점의 크기도 작아지거나 사라집니다.
이처럼 시냅스의 변화는 단순히 신호가 세지고 약해지는 추상적인 현상이 아니라, 뇌세포가 문의 개수를 조절하고 구조물을 직접 리모델링하는 매우 정교하고 역동적인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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